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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셩신보 韓城新報

G's Note

by 한셩랑군 2009. 6. 24.

한 작가를 작가이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감성을 공유하는 독자들의 격려
혹은 지면을 통한 공식적인 등단이 가져다 주는 의미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작가 개인의 그 '무엇'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그 '열정'에 대한 능동적인 '표현'일 것 입니다.

작가 특유의 그 '무엇'에 대한 '인고'가
설령 공유되지 않는 다 하여도 또는 그 공유가 보류된다 하여도
그 '정열'에 대한 표현론 또는 표현 방법론, 방식론 등은 논외로 한다면
세상만물 어느 것 하나 작가 아닌 것이 없을 것 입니다.

이런 화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 규범을 통하여 굳이 공인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리 여사는 그 누구에도 못지않은
오히려 그 누구 보다 도 더 강렬한 
열정의 영혼과 강인한 영혼의 의지와 강경한 의지의 표현을 타고난 
본시 천부적인 작가였음을 먼저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를 통하여 아동문학가로 등단한 그녀는
'오** *물'과 '내 ** *람' 두 권의 값진 시집을 오랜 산고 끝에 출산 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열정의 표출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된 우물이 되고 싶을지나 될 수 없는 그녀 본래의 모습이
그녀의 안에서 돌개바람처럼 항상 웅웅거리고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는 그녀의 숨결이기도 하려니와 그녀를 대하는 독자들의 진솔한 심상일 것 입니다.
무언가 되고 싶다는 소망과 그렇게 되기를 거부하는 본성과의 마찰
그러나 그렇게 보여지고 싶어 하는 끊임없는 욕망
그 욕망에 대한 때로는 고단해 보이는 그러나 거칠 길 도 없는 삶의 행보가,
처절하리만큼 본인에게는 절실한 자기애의 발현이,
바로 오늘 **리 시인의 문학적 세계를 존재 하게 하는 원동력 인 것 입니다.

여기 그녀의 주옥 같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서정성이 짙다고 판단 되는 대표작 몇 점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행여 꾸지람이 있다면 그건 글을 두서없이 올린 이의 몫 입니다.
하해와 같은 도량으로 불초의 무 식견을 헤아리소서.

 

 

**리
 k**6**8@hanmail.net

*포여고
*주사범학교 (현 *주교육대학교)
*선대학교 음악교육학과 학사
*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
*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오** *물, 내** *람 - 2003, 시와사람
 

 

 

첫사랑

 

무슨 뜻이었을까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작은 목소리로 힘없이 뒤척이며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천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아니...
유행가 가사여서..."

 

어딘가 소식 안다면
데려와 보여 주었으면 싶었다

 

송곳 끝이 그때
쑥, 가슴에 꽂혔다

 

 

오래된 우물

 

어머, 여기 우물이 있네
돌뚜껑에 덮여서도
물 찰랑거리네
하루에 수수천명 먹어도 마르지 않았다는 
아주 오래된 그 샘물인가 봐
햇빛이, 바람이, 슬쩍 다가와
쓰다듬고 입앚추네
이끼 낀 세월 속에서도
송골송골 솟아나고 있었구나
했수를 헤아리지 않고
촉촉하게 대지 적셔 주고 있었네
무거운 돌
한쪽으로 한쪽으로 밀쳐내며 
쑥 쑥 솟아오르는구나
모든 것 그 속에 들어 있었구나
새들도 바람도, 구름도 해님도
어두운 밤하늘 별님들도, 달님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도 거기 들어 있었고

 

 

 

한 사람이 말하네
오래된 우물?
팍 썩었잖아, 폭싹 썩었네
썩은 내야 썩은 내가 코를 찌르네
내b는 금속성 소리 후끈 달아올라
몸이 굳어 버리네
송곳 끝이 푸욱 가슴에 들어오네
(정지되는 주위의 사물들)
다른 사람이 이어서 말하네
비스듬히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눈 내리뜨고 턱으로 가리키며
저것이 김 여사가 쓴 책이라요?
(시비조로 말)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말
뻣뻣이 방안 가득 차 오르더니
한 줄로 늘어서서 천장으로 바닥으로
삭구들 사이로 꼬리를 물고
기차놀이를 하네
그 말, 저 말, 이 말
문 틈새로 벽을 뚫고 
줄줄이 새어 나가네
확 퍼져 천리 만리
훨훨 날아가고 있네

 

내 안의 바람

 

보는 이 없어도 얼핏 분홍옷 입고
있어도 없는 듯이 그렇게 피어있구나
우쭐거리는 
홍장미 흑장미 백장미
어께 넘어 다소곳이 고개 숙여
푸른 달밤에 떨고 있는
꿋꿋한 외로움이여
가시덤불 속 남몰래 피워 올린 훈김
모락모락 향내가 되었음이리
덕으로 사는 세월
천리 만리 돌고 돌아
가슴 가슴에
눈물로 적시리
웃음으로 적시리

 

토란국

 

귓가를 스치는 
나 토란국 먹고 싶은데...
그래요? 맛있게 끓여 드릴께요

 

들깨를 갈고 야채를 삶아
정성껏 토란국을 끓인다

 

계절이 계절이라
우리 동내 저자에는 토란이
없단다 어찌 할거나

 

토란이 없는 토란국을 식탁에
올린다 많이 드셔요
토란만 넣으면 
이것이 토란국이니까요

 

이 아침 토란국을 끓이다
토란 대신 
툭, 떨어지는 눈물!

 

한셩신보 한셩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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